출장용접 [경제직필]보수화되는 실리콘밸리와 AI
작성자행복인
- 등록일 25-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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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받지 않는 개인의 창의성, 다양성, 개방성을 추구했던 기술 자유주의자들은 정치적으로도 리버럴 민주당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었다. 심지어 ‘구글이 전쟁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며 수년 전 구글 직원 3000여명이 경영자들에게 문제 제기했던 사례처럼, 그들은 군수산업과 같은 국가 프로젝트로부터 거리를 두고자 했다. 때마침 시장지상주의와 세계화가 선진국을 지배하면서 국가도 더 이상 기술기업을 규제하지 않았다.
그런데 실리콘밸리가 자신의 초기 정체성과 정반대의 길을 가려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 뿌리는 자유경쟁의 소멸이었다. 21세기 사반세기 동안 규제 없는 시장에서 엄청나게 몸집을 키워 승자가 된 극소수 빅테크는 자율과 경쟁, 개방이라는 전통을 거부하고 독점과 배제를 위주로 더 많은 수익 추구에 몰두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자 개방적인 오픈소스나 효율적인 알고리즘 개발 대신에, 대규모 자본을 동원해 매개변수와 데이터, 중앙처리장치(CPU) 장비를 끝없이 증설하는 ‘규모의 법칙’을 통해 AI 지배권을 구축하려 나섰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AI 기술을 국가의 전쟁 프로젝트에 적용하려는 금단의 땅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메타는 자신의 AI ‘라마’를 군사 및 안보 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오픈AI도 경영 지침에서 ‘자사 제품의 군사적 활용 금지’ 조항을 철회했다. 이 경향의 정점에 미국의 기술기업 팔란티어가 있다.
2016년 대선부터 트럼프를 지지해 실리콘밸리의 극우를 대표하는 이단아로 알려진 피터 틸과 알렉스 카프 등이 2003년에 설립한 팔란티어는, 사실 처음부터 실리콘밸리의 전통에서 벗어나 정부 기관과 군수산업을 상대로 데이터 분석 등을 제공하며 조용히 수익을 올렸다. 그런데 팔란티어 창업자들이 최근 국가와 거리를 두어온 실리콘밸리 빅테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능동적으로 국가의 경쟁력이나 전쟁 능력을 개선하는 데 나서라고 촉구한 것이다.
팔란티어 경영자들이 최근에 출간한 책 <기술공화국 선언>을 보면, 저자들은 미국이라는 국가의 비전과 헌신을 외면하고 실리콘밸리가 고작 온라인 광고나 소셜미디어 플랫폼 등 주로 소비자 시장에 집중함으로써 ‘길을 잃었다’며 통렬히 비판한다. 이어서 그들은 소비자 시장만 노리는 대신 미국 국방 정보기관의 수요를 충족할 기술 개발을 요청한다. 첨단 AI 기술혁신을 동원해서라도 과감히 국방과 전쟁에 기술을 공급하고, 미국과 서구의 우위를 지키자는 섬뜩할 정도의 팔란티어 주장은 정확히 실리콘밸리 버전의 우익 국가주의다. 우리가 알던 자유로운 영혼의 고향 실리콘밸리가 사라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이들은 일론 머스크라는 인물의 행보에서 확인되었듯이 정치에서 트럼프 같은 극우 세력과 자연스럽게 결탁하게 됐다.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이 퇴임 연설에서 기술산업복합체(tech-industrial complex)의 잠재적 부상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빅테크가 미국에서 과두제 권력을 만들었다고 한 건 이 맥락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역사상 가장 놀라운 기술적 성과라고 하는 AI 기술이 현재 거의 완벽하게 이들 주도로 개발되고 이용되며 진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AI 혁신이 가져올 온갖 긍정적인 기대에도 불구하고, 사회와 기후에 미칠 부정적인 파급이 염려되는 진짜 이유는, AI 그 자체가 아니라 AI를 통제하고 있는 기술 권력의 위험성 때문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다론 아제모을루는 공적인 규제의 틀 없이 오직 사기업 수익 추구 수단으로만 AI 개발 방향이 결정되면 빅테크 주가는 천장을 뚫고 비상할 수 있겠지만 사회와 기후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3대 강국’을 추구하는 한국 역시 AI가 국가 기술 경쟁력이라는 모호한 목적 아래 사적 수익만을 위해 소모되기보다 넓은 사회적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섬세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
현대자동차가 미국 정부의 관세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대응하기 위해 5년간 77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5년 뒤인 2030년 글로벌 판매 목표는 555만대로 잡았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판매 촉진을 위해 내년에는 후륜 기반의 하이브리드 모델도 브랜드 최초로 출시한다.
현대차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더 셰드에서 글로벌 투자자,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등을 대상으로 ‘2025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중장기 전략과 재무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가 해외에서 인베스터 데이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77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는 지난해 제시한 70조3000억원보다 7조원 늘어난 규모이다. 연구·개발(R&D) 부문에 30조9000억원, 설비 등에 38조3000억원, 전략 사업에 8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현대차는 관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투자도 늘린다. 당초 현대차는 2025~2028년 미국 시장에 11조6000억원(약 88억달러)을 투자할 방침이었으나 15조3000억원(약 116억달러)으로 3조7000억원(약 28억달러) 늘리기로 했다.
주요 차종의 경우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차(HEV)를 지금의 2배인 18개 이상으로 확대한다. 라인업도 소형부터 중형, 대형, 럭셔리까지 확장한다.
제네시스는 내년에 후륜 기반의 첫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는다. 전기차 캐즘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세액공제 종료 등에 대응하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전기차는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모델을 선보인다. 유럽의 경우 내년에는 소형 전기차 ‘아이오닉3’를 내놓는다. 중국에는 올해 말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일렉시오’를, 내년에는 준중형 전기 세단을 출시한다. 두 차량은 모두 중국에서 생산된다.
2027년 인도 시장에는 경형급 전기 SUV도 출시한다. 이 밖에 엔진을 발전용으로만 쓰는 ‘주행거리 확장형 전기차(EREV)’도 같은 해 선보인다.
현대차는 이 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2030년에는 총 555만대를 글로벌 시장에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올해 417만대보다 33% 많은 수치다. 특히 현대차는 친환경차 판매량을 올해의 3배인 330만대까지 끌어올린다. 이럴 경우 현대차의 친환경차 비중은 25%에서 60%로 높아진다.
권역별 판매 비중은 북미 26%, 인도 15%, 유럽 15%, 한국 13%, 중동 및 아프리카·중남미·중국 8% 등을 유지키로 했다.
현대차는 내연기관과 동등한 수준의 주행 성능과 내구성을 갖춘 차세대 수소전기차도 개발할 계획이다. 또 내년까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페이스카 개발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양산차에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서울 은평구 역촌동의 터줏대감 ‘안소영 미용실’의 안소영 원장(62)이 16일 한 손에 바리캉을 들고 정태율군(10)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정군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다.
정군은 태어나서 한 번도 미용실에 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정군의 아버지가 직접 아이의 머리를 깎았다. 정군에게 미용실은 낯선 공간일 수밖에 없었다. 집에서 머리 깎을 때 늘 썼던 바리캉도 무서워 했다.
정군의 어머니 유 리씨와 안 원장은 아이가 앉을 의자 종류도 바꿔보고, 머리 자를 공간도 바꿔가며 정군을 달랬지만 흥분한 아이를 달래는 건 쉽지 않았다.
정군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유씨가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미용실에 가만히 있던 손님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염색약을 바른 한 손님은 정군에게 막대사탕을 쥐어줬다. 또다른 손님도 조심스레 말을 걸며 정군을 응원했다.
약 15분 간 미용실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정 군은 테이블 아래에 있던 ‘헤어스타일 스크랩북’을 펼쳐들었다. 다양한 머리모양을 오려붙여 놓은 스크랩북을 한 장 한 장 펼쳐보던 정군이 처음으로 의자에 앉았다.
안 원장은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 소리나는 바리캉 대신 가위와 빗으로 머리카락을 노련하게 다듬어가기 시작했다. 덥수룩했던 정군의 머리는 안 원장의 가위질로 깔끔하게 변했다.
안 원장은 이 아이 정도면 정말 얌전하다. 쉽게 깎았다면서 이렇게 아이도, 나도 적응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폐를 가진 아이들은 일정한 규칙이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한 번 오고, 두 번 오다 보면 아이도 여기서 자기가 원하는 지정석이 생기고, 어느새 미용실 오는 게 자연스러워 질 거예요.
‘안소영 미용실’은 은평구가 지정한 ‘장애인 친화미용실’ 제1호점이다.
은평구는 서울시 ‘약자와의 동행’ 공모사업을 통해 마련한 예산으로 관내에 9개의 장애인 친화미용실을 지정했다. 장애인들은 예약 후 장애인복지카드 등을 갖고 오면 최대 1만5000원까지 비용지원을 받을 수 있다. 모든 미용실에는 경사로와 자동문이 설치돼 있다.
이곳이 장애인 친화미용실로 지정된 것은 올해 5월부터지만, 그가 장애인들의 머리를 다듬어준 세월은 더 오래다.
1986년에 홍제동에 미용실을 운영하다가 1990년 2월에 이곳으로 왔어요. 주변에 서부장애인복지관, 천사원, 은평대영학교가 다 몰려있어요. 그러니 장애인 손님들도 꽤 왔죠. 제 입장에서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그저 머리를 해주면 되는 거니까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본 적은 없어요.
안 원장은 다른 비장애분들보다 머리하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린다는 것 외에 장애인의 머리를 하는 데 있어 차이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가끔은 5분이면 끝날 커트를 몇 십 분씩 걸려 잘라야 할 때도 있지만 그는 나도 벌 만큼 벌었고, 여유롭게 살고 싶어서 함께하던 미용사들을 독립시켰는데 (장애인 미용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 뭐 어떻느냐고 했다.
안 원장은 이번 장애인 친화미용실 지정이 반갑다고 했다. 전에는 여기에 경사로가 없어 휠체어 타시는 분들은 오기 힘들었거든요. 이젠 그분들도 편히 올 수 있으니 마음의 짐을 덜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