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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트 시각장애인도 국중박 체험 “고마워요, 케데헌”

작성자행복인

  • 등록일 25-09-20
  • 조회0회
  • 이름행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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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트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과 함께 올해 역대 최다 관람객 수를 기록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인기는 폭우가 쏟아진 17일에도 이어졌다.
평일인데도 박물관 앞에는 관람 1시간 전부터 ‘오픈런’을 하려는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긴 줄이 만들어졌다. 시각장애인 김미선씨와 A씨도 줄을 서서 박물관에 입장했다. 그들 옆에는 각자의 활동보조사와 베테랑 현장영상해설사 등이 동행했다.
박재욱 현장영상해설사는 먼저 박물관 주변 풍경과 내부 층고, 전체 높이, 출입문부터 끝까지 길게 이어지는 ‘역사의 길’과 그 길 끝에 서 있는 국보 제86호 ‘경천사지 십층석탑’에 대해 설명했다. 김씨와 A씨가 탁 트인 공간 전체를 눈에 담을 순 없지만 생생한 설명을 통해 이들이 눈으로 본 듯 상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전시실 곳곳에 실제 유물과 유사하게 만들어놓은 촉각 전시물 역시 이들이 박물관을 즐기기에 충분했다.
서울관광재단은 2019년부터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현장영상해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시각장애인들은 남산, 경복궁, 국립항공박물관, 청와대 등 11곳에서 현장영상 해설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올해 3~7월 286명의 시각장애인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시각장애인이라면 거주지와 관계없이 누구나 사전에 신청하면 참여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태릉은 올해 처음 신규 코스로 지정됐다. 김씨와 A씨는 국립중앙박물관 현장영상 프로그램을 체험한 첫 시각장애인이 됐다.
‘농경문 청동기’ 모형 앞에 선 박 해설사는 김씨의 손끝을 살포시 잡아 청동기 모형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손끝으로 점자를 읽듯 하나하나 설명을 이어갔다.
여기 이 부분을 만져보시면 깃 같은 게 있죠. 머리에 깃을 꽂은 사람이 농기구를 들고 밭을 갈고 있어요. 여기 새겨진 그림을 통해 우리는 청동기 시대에 농경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여기는 나무 위에 새 한 마리가 앉아 있습니다. 또 이쪽을 만져보면 그릇도 있어요.
새겨진 그림을 하나하나 짚어가던 김씨는 벌써 저 시대에도 예술적인 감각이 발달됐나봐요라고 감탄했다. A씨도 옆에서 점자 설명을 차근차근 읽어갔다. 광개토대왕비에 담긴 내용, 황남대총 북분에서 발굴된 신라시대 금관과 금제허리띠의 모양과 장식을 박 해설사의 맛깔난 해설을 들으며 각자 상상해갔다.
2시간 넘게 이어진 관람의 마지막은 국보 ‘선덕대왕신종’의 맥놀이(소리와 파동)를 담은 3층 공간이었다. 선덕대왕신종은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돼 있어 이곳에서는 소리로 관람이 가능했다. 김씨와 A씨는 선덕대왕신종의 진동과 울림을 온몸으로 느끼며 관람을 마쳤다.
김씨는 해설과 함께 직접 만져보며 관람하니 직접 보진 못해도 본 것처럼 생생하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했다.
1990년대 학생운동은 스스로를 ‘막차 탄 세대’라 불렀다. 학생운동이 최절정에 달하고 점차 퇴조하던 시대의 분위기를 자조하는 말이었다. 작년 12·3 계엄 포고문에서 대학이 언급되지 않은 건 그 장기적 결과라 하겠다. 하지만 30년이 지나도 ‘막차’는 끊기지 않았다. 비주류일지라도 학생운동은 아직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대학생 대신 다른 이름을 지닌 다양한 운동이 성장해왔다. 겨울의 광장을 가득 메운 깃발과 응원봉은 그 결과다.
그렇다면 ‘막차’라는 은유야말로 민주화 시기의 학생운동을 과도하게 신화화한 것 아닐까. ‘막차 탄 세대’는 오히려 민주화 이후 새로운 시대의 ‘첫차’를 탔던 것 아닐까. 그 누구도 자기 시대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다들 자신의 시대를 살고, 시대와 대결하는 것을 통해 배운다. 그런 의미에서 막차는 시대에 둔감해져 그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이다. 그렇게 누군가의 첫차는 다른 누군가의 막차가 된다.
조국혁신당 성폭력 사건과 당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모두가 동일한 밀도로 동시대를 통과한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언론에 출연한 인사들은 2차 가해와 직장 내 괴롭힘이 일어나는 조직문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절차를 지켰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들은 해일 앞에 웅크린 채 조개만 줍고 있다.
조국혁신당을 향한 여론이 보여주듯, 한국 사회는 그런 안일한 대응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는 데까지 왔다. 이제는 10년이 되어가는 페미니즘 리부트, 권력형 성폭력을 향한 미투 운동, 그리고 젊은 여성들이 지켜낸 지난겨울의 광장에 이르기까지. 누군가는 그 밀도 높은 시간을 치열하고 절박하게 통과해왔다. 이번 시대의 ‘첫차’는 그들의 몫이다. 반대로 그 시대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혹은 피해자 비난과 조직 보위 논리라는 잘못된 교훈을 도출한 이들도 있다. 이제 그들에게는 ‘막차’ 타고 귀가해야 할 의무가 남았다.
첫차와 막차 사이에 기억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조국혁신당의 무책임한 대응은 지난 10년간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구는 것이다. 망각한 자는 성폭력 사건을 그저 털어낼 리스크로 볼 뿐이다. 하지만 시대로부터 배우며 공동의 기억을 새겨온 사람들은 피해자 곁에 서며 저항했다. 결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그 시대를 가장 치열하게 살아낸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이 막차 전 탈출을 시도하는 조직에 과연 미래가 있을까.
청년과 중년의 경계에 선 나도 책임을 느낀다. 더 이상 위를 향해 들이받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게 됐다. 안타깝게도 좋은 어른은 드물고, 특히 좋은 남자 어른은 멸종위기종이다. 대신 반면교사는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그들을 닮지 않으려면, 미숙하고 모자라지만 나도 이제 어른 행세를 해야 한다. 기자회견에 나선 강미정 전 대변인의 모습이 그러했다. 후배와 부하의 실수를 책임지는 건 나다. 그들이 부당한 일을 겪으면 내가 들이받아야 한다. 내가 감당해야 하는 책임의 크기를 가늠하고, 내 위치를 의식하며 후배를 대하려 한다. 믿고 맡기는 동시에 지켜봐주고, 먼저 마음을 읽어주고 알아주는 사람이 되려 한다. 그래야 한다고 스스로 되뇐다. 나는 이것을 운 좋게 만난 어른인 노혜경 시인에게서 배웠다.
지난 12·3 내란은 지지 기반이 줄어들고 고립돼가는 장기적 위기를 뒤집으려던 보수 세력의 쿠데타였다. 아직도 내란 세력이 국가 시스템 곳곳에 자리하고, 극우 세력의 준동은 위협적이다. 다만 그것이 상대방을 부정하는 것을 자신의 정체성과 명분으로 삼는 걸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그런 시시하고 못난 어른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시대로부터 배우기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다. 그것이 용기 있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향한 응답 책임을 잊지 않으려는, 지난 10년 동안 성장해온 내 나름의 기억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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