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마그라구입 [송혁기의 책상물림]논평자의 자리와 담당자의 자리
작성자행복인
- 등록일 2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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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보는 정치 논평 프로그램들의 경우 출연하는 패널이 겹치기도 한다. 진보와 보수의 입장은 달라도 대개 상식적 대화와 논쟁이 가능한 분들이다. 그런데 평소 착실한 논거로 설득력 있게 말하던 분이 가끔 무리한 논리를 펴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자신과 친분이나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사안이 아닐까 싶다.
어떤 일을 논평하는 사람은 자신이 그 일 밖에 있으니 이롭고 해로움의 실상을 다 살펴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 당사자가 아닌 만큼 우선 모든 이해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는 자신이 그 일 안에 있을 때는 논평을 삼가야 한다는 경계이기도 하다. 패널들 가운데에는 특정 정당의 실무자 출신이 적지 않다. 논평자로 나섰다면 해당 사안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해야 하고, 자신이 직접 연루된 사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것이 옳다. 바둑 두는 이에게 훈수하는 것은 그보다 뛰어나서가 아니다. 승부에 집착하는 당사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승부의 이해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은 온전한 훈수를 둘 수 없다.
옛말은 대구(對句)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위 구절의 짝은 이렇다. 어떤 일을 담당하는 사람은 자신이 그 일 안에 있으니 이롭고 해로움의 생각을 잊어버려야 한다. 일의 성공을 위해서 진심과 전력을 다해야 할 담당자가 그 일이 자신에게 이로울지 해로울지에 정신이 팔리다 보면 사달이 나기 쉽다. 낮아진 정보의 문턱 덕분에 너도나도 논평자를 자임하는 시대다.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일의 성패에만 집중하는 담당자들이 더욱 값지게 느껴지는 이유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17일 정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3년 임기가 지난달 이미 끝났지만 후임 사장 선임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자리를 일단 지켜오던 황 사장은 웨스팅하우스 ‘굴욕 계약’ 논란에 따른 여권의 압박에 물러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원전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황 사장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유는 일신상의 사유로 전해졌다.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출신인 황 사장은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2년 한수원 사장에 발탁됐다. 통상 한수원 사장은 정부 관료 출신이 많아 비관료 출신 발탁이 주목받았다. 황 사장의 임기는 지난달 21일 만료됐다.
황 사장은 재임 기간 일명 ‘팀 코리아’를 이끌며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그러나 지식재산권을 이유로 수주에 제동을 걸던 웨스팅하우스와 원전 1기 수출마다 1조원이 넘는 규모의 물품·용역 구매 계약·기술료를 제공하고, 유럽 등 선진 시장 독자 진출을 포기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문에 서명한 것으로 지난달 알려지면서 ‘굴욕 계약’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황 사장은 이 논란에 대해 지난달 19일 국회에 출석해 그래도 감내하고 이익을 남길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지시로 산업부는 한수원·한국전력공사가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 해소 합의한 과정과 절차가 적법했는지를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 16일 양측이 협상하는 과정에서 법과 규정에 맞게 되었느냐, 적절한 절차를 거쳤는지 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차기 사장 선임 절차를 공식적으로 시작하지 않아 신임 사장이 취임할 때까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달라졌다. 이제 선선한 기운 속에서 가을의 향기가 묻어나온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청첩장이 날아들고, 결혼식장에 울려 퍼지는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결혼행진곡을 듣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음악가 펠릭스 멘델스존의 할아버지, 모제스 멘델스존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는 18세기 독일 유대인의 운명을 바꾼 인물로, 종교적 배타와 사회적 차별을 넘어 유대인도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주장한 계몽사상가였다. 닫힌 게토의 담장을 무너뜨리고 합리와 교육을 무기로 삼아 유대인의 길을 넓혔다.
이 사상의 씨앗은 프랑크푸르트 게토의 좁은 골목에서 자라난 로스차일드 가문에까지 뻗어갔다. 마이어 암셸 로스차일드는 환전상으로 출발했지만, 무너진 게토를 나와 그의 다섯 아들은 유럽 전역에 지역분산 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전쟁 공포 속에서도 이들은 사라지지 않을 자산, 이동 가능한 자본을 축적하였다. 워털루 전투 직후 영국 국채를 통한 거대한 수익은 단순한 기민함의 결과가 아니었다. 게토에서 배운 생존의 지혜, 위기에 대비한 분산의 감각, 그리고 멘델스존이 불어넣은 계몽의 정신이 어우러져 금융 제국의 기초가 놓였다.
이러한 지혜는 동양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중국 상인들의 격언인 삼분지계(三分之計)가 대표적이다. 하나는 땅에 두고, 하나는 장사에, 나머지는 비상금으로 두라는 단순한 원칙이다. 안정과 성장, 위기 대비를 동시에 염두에 둔 셈이다. 분산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산을 한곳에 몰아넣지 말라는 경험적 지혜는 언제나 존재했다.
현대 금융시장에서의 투자 삼분법은 안전자산, 성장자산, 실물자산으로 나누는 방법이다. 예컨대 예금이나 국공채 같은 안전자산, 주식이나 펀드 같은 성장자산, 그리고 부동산이나 금 같은 실물자산으로 삼등분한다. 초보자에게는 가장 이해하기 쉽고, 위기 상황에서도 일정한 방어력을 제공한다.
그러나 경제와 금융이 복잡해질수록 더 정교한 방식이 요구되어 투자 사분법이 등장한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레이 달리오의 ‘올 웨더(All Weather) 포트폴리오’다. 이름처럼 경기의 사계절(호황과 불황,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어느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는 배분 전략이다. 이는 대략 주식 30%, 중장기 채권 55%, 분트 금과 원자재 각 7.5% 등의 조합이다. 경기 확장기에는 주식이, 불황에는 채권이, 인플레이션에는 원자재가, 위기에는 금이 작동한다. 단순한 예측보다 불확실성 자체를 구조적으로 흡수하는 설계라 할 수 있다.
더 세밀한 방법은 오분법이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활용하는 방식으로, 국민연금도 국내주식, 해외주식, 국내채권, 해외채권, 대체투자라는 다섯 갈래로 자산을 나눈다. 대체투자에는 금, 부동산, 인프라, 벤처, 심지어 최근에는 디지털 자산까지 포함된다. 자산 규모가 크고 장기적 운용에 적합하지만, 개인투자자도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이 모든 방법론을 관통하는 원리는 바로 분산투자와 위험·수익의 균형이다.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이 수학적으로 입증했지만, 그 뿌리는 수백년 전 상인과 철학자의 지혜에서 이미 돋아났다. 위험이 한곳에 집중될 때 인간은 불안정한 역사와 정치, 전쟁과 위기 속에서 자산을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자산, 서로 다른 길을 택할 때, 그 안에서 생존과 기회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최근 시장은 아이러니하다. 경기는 둔화 조짐을 보이는데 주가는 연일 상승한다. 불안한 호황, 그 속에서 투자자들은 자칫 방심하거나 과열된 기대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지금이 우산을 준비해야 할 때다. 비는 예고 없이 찾아오고, 준비되지 않은 투자자는 한순간에 휘청인다. 올 웨더 포트폴리오는 단지 한 금융가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시대와 민족을 넘어 축적된 교훈이다. 사상과 자본이 만나 이룬 지혜, 그리고 계절이 바뀌어도 견디는 균형의 원리다.
결혼식장에서 흘러나오는 멘델스존의 선율처럼 시장에도 리듬과 흐름이 있다. 그러나 선율의 아름다움은 언제나 조율에서 나온다. 사상과 경험에서 비롯된 분산투자의 원리야말로 지금 우리가 새겨야 할 조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