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어쩌면 해피엔딩’의 해피엔딩
작성자행복인
- 등록일 2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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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상 수상이 더욱 돋보이는 건 <어쩌면 해피엔딩>이 2016년 서울 대학로에서 출발한 순수 토종 창작물인 데 있다. 앞서 <위대한 개츠비> 등이 토니상을 받은 적 있지만 국내에서 개발·초연된 뮤지컬의 수상은 처음이다. 스토리에도 한국적 정서가 가득하다. 세계인이 친숙한 AI 로봇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운명적 상실’이라는 한국적 비감(悲感)을 담아 보편적 공감을 끌어냈다. “공상과학적 기발함 속에 독창적인 인간 비극을 숨겨 놓았다”는 게 뉴욕타임스 극찬이었다.
한국 문화가 세계와 공명하고 호흡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내용·형식 모두에서 그러하니 충분히 기뻐할 만하다.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로 대변되는 뮤지컬은 서구권의 벽이 높다. 따라서 <어쩌면 해피엔딩> 수상은 종합예술 뮤지컬도 세계 수준에 올랐음을 방증한다.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영화·K팝·드라마·클래식 음악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확인하는 ‘문화의 힘’에 어깨가 으쓱할 만도 하다. 그만큼 우리 문화의 저변이 넓고 깊어졌다.
국내 창작 뮤지컬 1호는 가수 패티킴이 기생 ‘애랑’ 역을 맡은 <살짜기 옵서예>다. 그게 1966년이니 창작 뮤지컬 역사는 올해 딱 동양적 시간인 ‘육십갑자(60년)’가 된다. 그 시간에 이만한 성공을 거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과제는 적지 않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제작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영화·드라마·가요와 달리 창작 뮤지컬은 내수시장 경쟁력이 약하다. <어쩌면 해피엔딩>도 대기업 문화재단의 창작 지원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당초 야심차게 영어버전까지 준비한 <어쩌면 해피엔딩>의 꿈은 이뤄졌다. 뮤지컬 한류도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끝이 아닌 시작이었으면 한다. <어쩌면 해피엔딩>도 뮤지컬 한류의 후일담도 계속 ‘행복’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